| ‘완벽한 결과’가 아이의 사고력을 갉아먹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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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의 영어 에세이는 ‘퍼펙트’하다. 문법은 정확하고, 단어 선택도 자연스럽고, 문단 구성도 그럴 듯하다. 얼핏 아이의 영어 실력이 훌쩍 자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왜 이 표현을 썼니?” 라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물은 좋아졌을 지 몰라도, 생각은 그만큼 자라지 않은 것이다.
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Digital Education Outlook 2026)는 생성형 AI 시대 교육이 직면한 문제를 적시하고 있다. 아이가 생각해야 할 과정을 AI에게 맡겨 버리면, 배움은 남지 않은 채 결과물만 좋아질 수 있다. 좋은 답안이 곧 좋은 학습은 아니라는 뜻이다. 생성형 AI는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훌륭한 도구일 지 모르지만, 명확한 교수 원칙 아래 쓰일 때 비로소 학습을 도울 수 있다. OECD 보고서의 문제의식을 빌려 말하자면, AI 시대 교실은 ‘가짜 숙달의 신기루(the mirage of false mastery)’를 경계해야 한다. mirage는 사막 위에 물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를 뜻하고, false mastery는 진짜 숙달이 아니라 숙달한 것처럼 보이는 착각을 의미한다. 동양의 옛말로는 ‘화이부실(華而不實)’ 이라 할까. 꽃은 화려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 아이가 AI가 만든 글의 표현을 설명하지 못하고, 같은 생각을 자기 말로 다시 풀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화려한 꽃일 뿐이다. 그나마도 생화가 아닌, 겉만 그럴듯한 조화다.
영어 실력은 낯선 단어를 만나 찾아보고, 틀린 문장을 고쳐 보고, 부족한 표현으로라도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려는 과정에서 자란다. 말이 막히는 시간, 다시 쓰는 시간, 친구의 다른 답을 듣고 흔들리는 시간이 배움을 만든다. 그래서 AI 시대의 영어 수업은 더 빨리 완성하게 하는 수업이 아니라, 더 깊이 묻게 하는 수업이어야 한다. “정답이 무엇인가”에서 멈추지 않고 “왜 그것이 더 적절한가”를 물어야 한다.
AI가 답을 대신 내주는 순간 학습은 얕아질 수 있지만, AI가 질문을 던지고 비교하게 하며 다시 설명하게 만들 때 사고는 깊어진다. 그래서 AI 시대에도 교사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정교해져야 한다. 좋은 교사는 결과물의 완성도에만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그 결과물 뒤에 숨어 있는 빈틈을 함께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아이가 쉽게 건너뛰려는 생각의 과정을 다시 붙잡아 주고, AI가 아이의 사고를 대신하지 않도록 학습의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 교사 역시 AI를 배워야 한다. 이미 아이들의 공부 속에 AI가 들어와 있다면, 교사는 아이가 AI로 무엇을 해결했고 무엇을 스스로 생각했는지 구분하도록 도와야 한다. AI가 써 준 답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답을 고치고 설명 하고 자기 생각으로 바꾸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교육은 ‘불편한 과정을 견디게 하는 일’이라고 요즘 자주 생각한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틀린 것을 고치고, 어설픈 생각을 말로 꺼내는 일은 늘 불편하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아이의 사고는 자란다. 우리 시대의 교육은 AI가 내놓은 답을 이해하고, 의심하고, 자기 언어로 다시 설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미래 사회의 경쟁력은 가장 많은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깊이 사고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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