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인간이 만든 우주…긍정어 생명력 더 강해 [제이슨 안의 영어 너머 원더랜드]

언어는 인간이 만든 우주…긍정어 생명력 더 강해 [제이슨 안의 영어 너머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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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계절이 유난히 성급했다. 무더웠던 여름이 언제였나 싶을 만큼 공기가 차가워졌고, 단풍을 즐길 틈도 없이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아쉬운 마음에 머릿속으로 가을 풍경을 그려본다. 높은 하늘, 오색의 산자락, 그리고 도로를

따라 줄지어 선 코스모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스스로의 균형을 잃지 않는 그 꽃은 언제 보아도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가늘지만 단단한 줄기, 질서와 자유가 동시에 느껴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코스모스(Cosmos)'는 그리스어 kosmos에서 유래했다. 본래 '아름답게 정돈된 질서'를 뜻하며 이후 '조화로운 세계',

즉 우주를 의미하게 됐다. 그래서 cosmology(우주론), cosmic(우주의), cosmopolitan(세계시민) 같은

단어들이 생겨났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cosmetic(미용) 역시 같은 어원을 가진다. 얼굴을 단정히 가다듬는 행위가 곧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는 점에서 언어

속에는 이미 '질서의 미학'이 스며 있다.

코스모스와 짝을 이루는 단어가 있다. 바로 '카오스(Chaos)'다. 그리스어 khaos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본래 '벌어진

틈' '공허'를 뜻하며, 형태와 질서가 생기기 이전의 혼돈 상태를 가리킨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chaos는 언어 속에서

그리 많은 가지를 치지 못했다.

Chaotic(혼란스러운) 정도를 제외하면 새로운 파생이 거의 없다. 왜 한쪽은 무수히 뻗어 나갔는데, 다른 한쪽은 닫혀

있을까?

언어의 방향은 인간의 감정과 관심의 방향을 따라간다. 우리는 긍정적인 개념을 더 자주 말하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낸다. Good은 goodness, goodwill, goodbye, good-looking, goody, goodies처럼 폭넓게

확장됐다. 인사(goodbye), 관계(goodwill), 감정(goody), 사소한 즐거움(goodies)까지 긍정의 단어는 삶의

다양한 영역 속으로 스며든다. Happy의 어근 hap('우연, 행운')은 happiness, happily, happening,

perhaps 등으로 번성하며 '즐거움'과 '뜻밖의 행운'을 함께 품는다. Life 역시 lively, alive, lifetime, lifestyle처럼

인간의 경험 전반을 감싸안는다.

반면 부정적인 단어들은 언어의 번식력이 현저히 약하다. Evil에는 evildoer, evil-minded가 있으나 모두 '도덕적

악'의 영역 안에 머물고, sad는 sadness, sadly 정도로 확장이 제한적이다. Death 또한 deadly, deathly,

deathtrap 등으로 쓰이지만 모두 '종결·위협'이라는 부정의 의미를 반복할 뿐이다.